수원권선경찰서 신변보호 대상자, 접근금지 명령 만료 후 재신청 ‘법원 심리 공백기’에 범행 노출… 스마트워치 배터리 방전으로 미작동하며 20대 사회복무요원에 장모 피살·아내 납치

[▲참고이미지 = AI생성]
[뉴스함]조태훈 기자= 수원시에 거주하던 20대 여성 B씨는 남편이자 사회복무요원인 A씨의 상습적인 폭력과 감금을 견디다 못해 혼인무효 및 이혼 소송을 제기하고 친정으로 피신했다. 수원권선경찰서는 B씨의 진술을 확보해 상습 폭력 정황을 확인하고 지난달 2일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새벽, A씨는 서울에 위치한 B씨의 친정에 흉기를 들고 침입해 장모를 살해하고 B씨를 강제로 차량에 태워 납치했다. A씨는 범행 7시간 만에 강원도 양양군의 한 야산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공권력의 보호망은 결정적 순간에 작동하지 않았다. 사건 당시 B씨는 손목에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지만 긴급 호출 신호는 경찰 상황실로 전송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단말기는 배터리가 방전돼 꺼져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 피해자 지원 단체 관계자는 “위급 상황 시 버튼 하나로 112 신고와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고 홍보하지만, 배터리 잔량 원격 모니터링이나 정기 점검 체계가 없어 방전된 채 차고 있는 피해자가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제도적 공백기’였다. 서울 용산경찰서가 신청했던 기존 법원의 임시조치(100m 이내 접근금지, 통신 차단)는 지난달 30일 자로 효력이 끝났다.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권선경찰서가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달 6일 법원에 접근금지 재신청을 넣었으나, 법원의 인용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5일간의 공백 사이에 A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경기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관계성 범죄(가정폭력·스토킹·교제폭력) 보호망은 한계에 봉착해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명옥 의원실에 제출된 경찰청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스토킹 재신고 1만9천316건, 교제폭력 재신고 3만2천634건 중 ‘3회 이상 상습 반복 신고’ 비율은 각각 78.1%, 77.6%에 달했다. 그러나 경기 남·북부청을 포함한 전국 262개 경찰서에 배치된 피해자 전담 경찰관은 단 262명으로, 경찰서당 평균 1명에 불과하며 전담관이 아예 없는 곳도 존재한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살인 및 특수감금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단말기 미작동과 임시조치 신청 과정의 경위를 감찰 수준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시조치 만료 전 자동 연장 심리 제도 도입과 상시 전담 인력 확충 등 근본적인 입법·행정적 수술이 이뤄지지 않는 한,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지켜야 하는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취재기자: 조태훈 (lordmiracle10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