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경찰청이 부천 공장 화재 순직 사고와 관련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지휘망 무전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화재 초기 선착대로부터 "내부에 신나 등 인화성 물질이 다량 적재돼 있다"는 경고 무전이 접수된 사실이 드러났다.
현장 지휘부는 잔류 인명이나 대피 인원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도 "공격적으로 내부 진입해 주화점을 잡으라"고 지시했고, 결국 진입한 대원들이 급격한 플래시오버(순간 연소)에 휩싸여 1명이 순직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현장 지휘관의 무리한 진입 명령이 안전 매뉴얼을 위반했는지 집중 수사 중이며, 지휘 책임자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뉴스함]조태훈 기자=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의 한 인쇄회로기판(PCB)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 1명이 순직한 참사와 관련해, 당시 현장 지휘부가 인화성 화학물질 다량 적재 보고를 받고도 무리한 내부 진입을 명령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전담팀은 부천소방서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당일 현장 지휘망 무전 녹취록에서 이 같은 지휘 과실 정황을 특정했다고 23일 확인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화재 발생 직후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선착대 지휘팀장은 지휘본부에 "공장 1층 및 2층 적재 공간에 시너와 아세톤 등 인화성 위험물 용기가 다량 적재돼 있어 급격한 연소 확대 및 폭발 위험이 높다"고 명확히 무전 보고했다. 더욱이 해당 공장 관계자로부터 야간 작업자가 전원 퇴근해 건물 내부에 요구조자가 없다는 사실까지 즉시 공유된 상태였다. 소방청 화재대응 표준작전절차(SOP)상 내부 잔류 인명이 없고 폭발 위험이 현저할 경우 방어적 진압으로 전환해야 함에도 지휘부는 이를 강행 돌파했다.
당시 지휘본부는 선착대의 위험 보고를 청취한 직후 故 김진석 소방위 등이 소속된 진압팀에 "위축되지 말고 공격적으로 내부 진입해 주화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했다. 지시에 따라 수관을 전개하며 건물 2층 깊숙이 진입했던 대원들은 불과 4분 만에 밀폐된 가연성 증기가 일시에 폭발하는 플래시오버 현상에 갇혔다. 탈출로가 화염에 차단되면서 김 소방위는 끝내 현장에서 순직했고, 동료 대원 1명은 전신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다.
소방 내부에서는 상부 보고와 실적 압박에 쫓겨 ‘공격적 초기 진압’을 맹목적으로 강조하는 관행이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위험물안전관리법상 허가된 양 이상의 위험물이 적재됐는지 현장에서 즉각 파악할 수 있는 통합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지 않은 점도 화를 키웠다. 경기도 내 노후 산업단지 공장 대다수가 위험물 취급 정보를 외부 표지판이나 방재센터에 명확히 표기하지 않아 진압 대원들이 늘 목숨을 건 '깜깜이 진입'에 내몰리는 구조적 한계가 상존한다.
경찰은 현장 최고 지휘관을 포함한 지휘 라인 관계자들을 소환해 SOP 위반 여부와 현장 위험성 평가 누락 경위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현장 지휘관 측은 "공장 외벽 붕괴 우려와 인접 공장으로의 연소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판단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립소방연구원의 현장 감식 결과와 무전 기록을 대조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 수위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취재기자: 조태훈 (lordmiracle10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