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면적 1만 5,000㎡ 이상 473곳 불시 단속… 입건 1건·과태료 26건·조치명령 219건 등 행정처분

[▲경기소방재난본부 전경]
[뉴스함] 조태훈 기자= 경기 이천시의 한 대형 물류창고에서 분류 작업을 하는 일용직 노동자 J씨(40대)는 작업장 비상구 주변을 지날 때마다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J씨는 “명절 대목을 앞두고 물량이 쏟아지자 파레트와 완충재 상자들이 비상구 계단과 방화셔터 바로 아래까지 빽빽하게 쌓여 있다”며 “불이 나면 비상 탈출은커녕 방화구획 차단도 불가능한 상태지만 현장 관리자들은 물량 처리가 우선이라며 치우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22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지난 7월 27일부터 이달 21일까지 도내 연면적 1만 5,000㎡ 이상인 대형 물류창고 473개소를 대상으로 불시 소방·화재안전 조사를 단행했다. 점검 결과, 조사 대상의 49.9%에 달하는 236곳에서 총 260건의 소방법령 위반 행위가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위반 사업장에 대해 입건 1건, 과태료 부과 26건, 조치명령 219건, 유관기관 통보 14건 등의 행정처분을 집행했다.
적발된 주요 위법 사례를 보면 화재 시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는 구조적 결함이 다수 포함됐다. 법정 지정수량을 초과한 위험물을 허가 없이 보관하거나 피난 통로 및 비상계단에 물류 물품을 무단 적치한 행위가 적발됐다. 또한 화재 확산을 막아야 할 방화구획을 훼손하거나 창고 내 사무실을 임의로 증축한 사례, 소방시설의 작동 밸브를 임의로 잠가둔 행위 등도 확인됐다.
경기도는 이번 단속 결과를 바탕으로 현행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강화된 기준 적용 대상에 ‘연면적 1만 5,000㎡ 이상의 창고시설’을 포함하도록 하는 소방시설 기준 소급 적용 개정안 등 총 15건의 법령 개정안을 소방청에 건의했다. 현행법상 의료시설이나 노유자시설 등에는 개정된 소방시설 기준이 소급 적용되지만, 대형 창고시설은 소급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기존 노후 창고들이 화재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된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대형 물류창고 내 소방활동 안전공간 설치를 의무화하는 제도 개선안 11건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물류창고 화재는 근로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민생 현안인 만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제도의 한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드론과 무인소방로봇을 연계한 고위험 물류창고 화재 진압 전술을 재정비할 계획이지만, 일선 물류업계의 비용 절감 위주 관행에 대한 사법적 처벌 수위 강화가 병행되지 않는 한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재기자: 조태훈 (lordmiracle10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