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이 지난 7월 화성 전지공장 참사 이후 "내부 인명 잔류가 없으면 무리한 진입 대신 외부 방어적 소화로 전환한다"는 표준작전절차(SOP)를 발표했으나, 불과 석 달 만에 발생한 부천 공장 화재에서 선착대가 진입했다가 소방관이 순직하는 참변이 반복됐다.
화재 당시 내부 작업자 4명이 이미 자력 대피하고 1명이 구조된 상태였음에도 2,000ℓ의 미등록 위험물이 쌓인 3층으로 대원들이 진입한 경위를 두고 현장 지휘 판단의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소방노조가 현장 지휘체계 전반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가운데, 일선 현장에 뿌리 깊은 ‘진입 우선주의’ 관행과 위험물 사전 정보 부재가 결합된 구조적 인재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참고 일러스트 = ai 생성]
[뉴스함] 조태훈 기자 = 10월 20일 소방당국과 일선 소방관들에 따르면, 소방청은 지난 6월 23명이 사망한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 이후 현장 대원 안전 확보를 골자로 한 ‘소방관 안전관리 혁신 종합대책’을 마련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대책의 핵심은 화재 건물 내부에 요구조자가 없거나 인명 검색 필요성이 현저히 낮을 경우 무리한 내부 진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건물 외부에서 방어적으로 불길을 잡는 ‘방어적 진압 작전’ 표준작전절차(SOP)의 의무화였다.
그러나 지난 16일 발생한 부천시 오정구 내동 도장공장 화재 현장에서 이 같은 정부 지침은 완전히 무력화됐다. 화재 초기 공장 안에 있던 관계자 4명은 이미 건물 밖으로 자력 대피했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던 1명 역시 선착대에 의해 구조된 상태였다. 건물 내부에 추가 잔류 인원이 없다는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선착대 대원 4명은 진화 장구를 갖추고 발화 지점인 지상 3층으로 직접 진입했다.
결국 대원들은 공장 내부에 불법 적재돼 있던 2,000ℓ 상당의 미등록 시너와 페인트가 뿜어낸 급격한 열기와 화염에 갇혔다. 선착대로 들어갔던 故 김진석 소방위는 29분 동안 화염 속에 고립된 끝에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순직했고, 함께 진입했던 동료 대원 1명도 의식장애 등 중상을 입었다.
현장에서는 소방청의 매뉴얼이 일선의 작전 지휘 현실과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현장 지휘관 입장에서는 화재 규모를 축소하고 연소 확대를 막아야 한다는 성과 압박 때문에 방어적 진압 결정을 내리기 어렵고, "불이 나면 일단 건물 내부로 진입해 화점을 타격해야 한다"는 관행이 여전히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관계자는 “건물 내 위험물 보관 여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인명 구조 대상도 없는 현장에 대원들을 밀어 넣는 지휘 관행이 이번 참사를 낳았다”며 “SOP를 현장 지휘관이 엄격히 준수하도록 강제하고, 지휘관의 진입 판단 적정성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기자: 조태훈 (lordmiracle1004@gmail.com)